반려견이 먼저 겪은 노화… 질병 연결고리로 본 인간 건강의 실마리

26,000마리 반려견의 건강 데이터를 통해 본 질병 군집, 인간 노화 연구의 새 단서

노화는 단순히 시간이 흐르는 과정이 아니다. 여러 질병이 함께 동반되는 복합적인 생물학적 변화다. 최근 미국의 한 대규모 연구는 이러한 노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반려견이 유용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실내 햇살을 받으며 앉아 있는 회색 털의 고령견 모습
반려견, 인간 노화 연구의 ‘생활 속 모델’

미국에서 진행 중인 ‘반려견 노화 프로젝트’(Dog Aging Project)는 2만 6천 마리 이상의 반려견을 장기 추적하는 역학 연구다. 연구진은 반려견 보호자가 작성한 건강 설문을 바탕으로, 반려견에게 나타나는 ‘동반질환’(두 가지 이상의 질환이 함께 발생하는 상태)의 연결망을 구축하고 분석했다.

분석 결과, 나이가 들수록 반려견도 인간처럼 여러 질환을 동시에 겪는 경우가 늘어났다. 당뇨병과 백내장, 고혈압과 신장 질환처럼 특정 질환이 짝을 이루는 경향도 사람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질병은 단독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질병 연결망’으로 본 건강 상태

연구진은 160여 개의 반려견 질환을 기반으로 ‘질병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예를 들어, 당뇨병은 백내장과 시력 손실과 밀접히 연결됐고, 고혈압은 만성 신장 질환과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특히 귀 감염 질환들(외이염, 중이염, 내이염 등)이 알레르기, 피부염, 청력 손실 등 다양한 질환과 광범위하게 연결되는 ‘핵심 질환’으로 확인됐다. 이는 질병이 개별적으로 발생하기보다는 서로 연관된 질환 군집을 형성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질병 발생의 시간적 순서를 분석한 결과, 질병 간의 발생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뇨병이 백내장보다 먼저 발생하거나, 고혈압이 신장 질환에 선행하는 등, 인간과 유사한 경향이 확인됐다.

나이에 따라 바뀌는 질병 구조

연구는 반려견의 생애를 4단계(강아지, 성장기, 성견, 고령견)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질병 연결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했다. 어린 개일수록 질병 간 연결이 적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특정 질환을 중심으로 복잡한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특히 고령견에서는 질병 간 연결성이 많이 증가하면서, 인간 노화에서 보이는 ‘질병의 집중화’ 현상과 유사한 구조가 나타났다.

사람을 위한 연구, 개를 통해 한 걸음 더

이 연구는 단순한 동물 건강 조사가 아니다. 노화와 만성질환을 이해하는 새로운 과학적 접근법이다. 반려견은 사람과는 유전적으로 다르지만, 생활환경, 식습관, 진료 체계 등에서 유사한 조건을 공유한다. 특히 수명이 짧아 질병의 진행 과정을 더 빠르게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특성을 통해 사람의 다중질환 발생, 만성질환 관리, 예방의학 전략 수립에 반려견 데이터를 응용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향후에는 유전체 정보나 수의 전자의무기록과 결합해, 질병 간 분자 수준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을 전망이다.

남은 과제와 한계도 분명

다만, 이 연구는 보호자가 보고하는 내용에 의존한 단면적 조사로, 회상 편향, 생존자 편향, 보고 오류 등의 위험이 있다. 연구에 참여한 개들이 일반적인 개보다 건강할 수 있다는 ‘건강한 지원자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수의학과 노화 연구 분야를 잇는 동시에 질병 연관성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다. 반려견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려는 과학적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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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논문: Fang, A., & Kumar, L. (2025). Constructing the first comorbidity networks in companion dogs in the Dog Aging Project. Published August 14, 2025. 

이 콘텐츠는 Core Me의 의학 전문 AI ‘닥터코어(Dr. Core)’의 검수 시스템을 거쳐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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